흡입력 숫자가 만 단위인 무선청소기, 소비자원이 와트로 재 보니 160W를 넘지 못했습니다
무선청소기 흡입력 숫자, 제품끼리 그대로 비교해도 되나?
무선청소기 상세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흡입력 숫자가 제품마다 제각각입니다. 어떤 제품은 280을, 어떤 제품은 4만에 가까운 숫자를 적어 두니 큰 숫자가 더 세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그대로 견주면 안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9월 18일 발표한 비교시험이 그 이유를 보여 줍니다. 1만8천~4만8천이라는 큰 숫자를 내건 여섯 제품은 실제 최대 흡입력이 58~160W였습니다. 280을 적은 세 제품은 모두 280 이상이 나왔습니다. 큰 숫자가 거짓이었던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것을 잰 숫자였습니다.
소비자원이 열 개를 한 시험에서 재 보니
소비자원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함께 무선청소기 10개 제품의 최대 흡입력을 직접 쟀습니다. 아래 표는 소비자원 비교시험 결과를 전한 보도를 바탕으로, 상자에 적힌 값과 실측값을 실측이 높은 순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 제품 | 표시 단위 | 표시값 | 실측 최대 흡입력 |
|---|---|---|---|
|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제트 Lite | W | 280 | 280 이상(충족) |
| LG전자 오브제컬렉션 A9S | W | 280 | 280 이상(충족) |
| 다이슨 Gen5 디텍트 컴플리트 | AW | 280 | 280 이상(충족) |
| 디베아 THE MAX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160W |
| 드리미 Z10 Station | W 또는 AW(보도마다 다름) | 150 | 121W |
| 아이닉 i50 디텍트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87W |
| 샤오미 G20 Lite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82W |
| 로보락 F25 ACE COMBO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72W |
| 아이룸 터보소닉 F10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69W |
| 틴도우 V11 STRONG MAX | Pa | 1만8천~4만8천 범위 안 | 58W |
표시값을 실측으로 채운 제품은 삼성전자·LG전자·다이슨 세 개입니다. 드리미는 150을 적었지만 121W가 나와 표시값의 약 80% 수준이었습니다. Pa를 적은 여섯 제품은 각각의 표시값이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아, 위 표에는 범위로만 적었습니다.
이 결과를 "열 개 중 일곱 개가 표시에 미달했다"로 읽으면 틀립니다. 표시보다 낮게 나온 제품은 드리미 하나입니다. 나머지 여섯은 맞대 볼 잣대 자체가 달라 충족 여부를 따질 수 없었습니다.
다만 같은 시험에서 잰 와트로 보면, Pa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디베아도 160W였습니다. 시험 때의 사용 모드, 배터리 충전 상태, 브러시 장착 여부는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4만 Pa가 160W보다 약하게 나온 까닭
Pa 숫자가 그렇게 큰데 왜 와트로 재면 작게 나올까요. 소비자원 설명에 따르면 Pa는 청소기가 돌 때 안쪽 기압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곧 진공도만 나타냅니다. 공기가 얼마나 빨려 들어오는지(공기 유량)는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Pa는 흡입력과 직접 관련이 없고, 소비자가 성능이 더 좋다고 오인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트는 그 빠진 부분까지 담습니다. 청소기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L/s)에 안팎의 기압 차이(Pa)를 곱한 값이어서, 압력만 높고 공기가 적게 들어오면 와트는 작게 나옵니다. 숫자의 자릿수도 다릅니다. 와트는 보통 수십~수백, Pa는 만 단위로 적힙니다.
4만이 280보다 커 보이는 건 단위가 달라서일 뿐입니다. LG전자도 청소기 흡입력 스펙 용어 가이드에서 모터의 진공도만으로는 전체 흡입력을 나타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와트와 에어와트는 나란히 놓아도 될까
Pa를 걸러 내도 단위가 하나 더 남습니다. 와트(W)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표준이 쓰는 흡입력 단위이고, 에어와트(AW)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에서 쓰는 단위입니다. 이 시험에서 삼성전자·LG전자는 W로, 다이슨은 AW로 표시했습니다.
두 단위가 같은 값이라고 단정할 수도, 절대 견줄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이슨의 AW 표시가 국제표준과 같은 시험방법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가 있지만, 한 곳에서만 확인된 내용입니다. 다른 제조사의 AW가 같은 방법으로 잰 값인지는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드리미만 해도 W로 표시했다는 보도와 AW로 표시했다는 보도가 엇갈립니다.
그래서 W와 AW 숫자를 함께 보게 되면 크기보다 어떤 시험법으로 쟀는지가 적혀 있는지를 먼저 찾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 설명이 없다면 두 숫자는 참고만 하고, 크기로 줄을 세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같은 와트끼리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단위가 같아도 상자의 숫자는 가장 좋은 조건에서 나온 값입니다. 삼성전자는 무선 청소기 FAQ에서 흡입력을 IEC 62885-4 기준으로 쟀다고 밝힙니다. 측정 조건은 먼지통을 비우고, 새 대용량 배터리를 완충하고, 브러시·연장관 없이 핸디 상태로 둔 것이며, 측정은 독일 SLG가 맡았습니다. 실제 사용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최대치가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따로 봐야 합니다. 같은 FAQ에 따르면 비스포크 AI 제트 400W의 최대 흡입력 400W는 1분 동안만 쓸 수 있습니다. 그 뒤에는 AI 모드와 청소 조건에 따라 조정됩니다.
미국 표준도 같은 선을 긋습니다. ASTM F558 시험법은 노즐을 측정함에 붙여 재는 방식이 이상적인 공기 성능 측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카펫이나 바닥을 실제로 청소할 때의 성능을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밝힙니다. 흡입력 숫자가 바닥에서 먼지가 얼마나 빠지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표시 단위는 와트로 모이는 중입니다
이 혼란은 정리되는 중입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25년 9월 18일부터 60일 동안 무선청소기 성능측정 국가표준(KS) 제정을 예고했습니다. 흡입력 단위를 W로 정한 국제표준 IEC 62885-4를 반영해 2026년 초까지 제정하겠다는 국가기술표준원 발표였습니다. 계획대로 제정됐는지, W 표시가 의무인지 임의 표준인지는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원도 8개 수입업체에 흡입력 수치와 단위 표시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는 무선청소기를 효율관리기자재로 지정할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요청 단계일 뿐 지정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사이 매장 표시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사는 사람이 단위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추천보다 먼저, 숫자를 읽는 순서
한 커뮤니티 글은 "다 광고 같아서 뭘 고를지 모르겠다"며 20만 원 선에서 배터리가 오래가고, 힘이 적당하고, 관리가 귀찮지 않은 제품을 찾았습니다. 그중 '힘이 적당한지'는 흡입력 숫자로 가늠하게 되는데, 그 숫자를 읽는 순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단위부터 봅니다. Pa만 적혀 있다면 흡입력이 아니라 진공도 숫자이니, W나 AW 표시가 따로 있는지 찾습니다.
- 단위가 다른 숫자끼리는 크기로 줄 세우지 않습니다. AW라면 어떤 시험법으로 쟀는지 적혀 있는지 봅니다.
- 같은 W끼리 견줄 때는 측정 조건을 맞춰 봅니다. LG전자가 짚은 대로 연장관 결합 여부, 먼지통 상태, 배터리 충전 상태, 일반·터보 모드, 제품 보호 모드 작동 여부가 다르면 같은 숫자도 뜻이 달라집니다.
- 최대 흡입력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봅니다. 1분만 나오는 최대치와 계속 나오는 힘은 다릅니다.
배터리가 얼마나 가는지, 먼지통 관리가 얼마나 번거로운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최대 흡입력 시험이 다룬 내용이 아닙니다. 그래서 흡입력과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흡입력 숫자는 같은 단위, 같은 조건일 때만 서로 견줄 수 있습니다. 상자에서 가장 큰 숫자보다 그 옆에 붙은 단위와 측정 조건을 먼저 읽는 것이 덜 속는 방법입니다.

출처
자료 7건- 표준·시험 기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
- 그 밖의 자료
ZDNet Korea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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